“내가 낸 세금 또 내라고?”…중고거래 세금, 이중과세 논란의 진실


중고거래가 일상이 된 시대다. 당근마켓, 번개장터, 중고나라 등에서 하루에도 수만 건의 거래가 이뤄진다. 그런데 최근 ‘중고거래에도 세금 낸다’는 말이 회자되며 논란이 일고 있다. 소비자는 “구입할 때 부가세까지 냈는데, 다시 파는 물건에 또 세금을 매기면 이중과세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과연 법적으로, 그리고 실무적으로 이 주장은 타당할까? 이 글에서는 중고거래에 부과되는 세금의 실체와 이중과세 논란의 본질을 짚어본다.


중고거래, 세금은 어디까지 물어야 할까

부가가치세는 이미 냈는데 또?

중고물품을 판매할 때 가장 많이 나오는 질문 중 하나가 “이미 내가 살 때 부가세를 냈는데, 또 세금 내야 하냐”는 것이다. 부가가치세는 ‘소비에 대한 세금’이기 때문에 일반 소비자가 다시 물건을 팔 때는 과세 대상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사업자가 중고물품을 판매하거나, 중고제품을 지속적으로 대량 거래하는 경우에는 상황이 달라진다.

사업자 등록이 되어 있고, 중고품 거래가 주요 수익원이 되면 해당 거래도 ‘사업 행위’로 간주된다. 이 경우에는 매출에 대해 부가세를 부과해야 하고, 과세표준 신고도 해야 한다. 일반 소비자의 일회성 중고판매와는 구분되어야 한다는 것이 국세청의 입장이다.

즉, 일반인이 집에서 안 쓰는 물건 한두 개를 파는 것은 세금 걱정을 할 필요 없지만, 중고제품을 구매해 되팔거나, 이를 반복하는 형태는 과세 대상이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단순히 ‘한 번 팔았는데 세금’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전체 맥락을 보지 않은 해석이다.

소득세까지 물어야 한다고?

중고거래가 일정 수준을 넘으면 소득세 부과 대상이 되기도 한다. 특히 ‘사업소득’이나 ‘기타소득’으로 분류되면 종합소득세 신고 의무가 생긴다. 예를 들어, 중고 명품을 전문적으로 사고팔거나 리셀(재판매) 목적의 거래를 반복할 경우, 국세청은 이를 개인의 취미나 일회성 활동이 아닌 ‘경제활동’으로 간주할 수 있다.

이 경우 판매자는 일정 소득 이상일 경우 종합소득세 신고를 통해 소득세를 내야 한다. 해당 기준은 모호한 면이 있지만, 최근엔 카드거래, 간편결제, 송금 내역 등을 추적해 사업성 거래를 판단하고 있다. ‘부업’이라 생각했던 중고거래가 ‘사업’으로 전환되는 순간, 세무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

세무당국은 “비과세” 또는 “과세대상 제외”라는 이름으로 단순 소비자 보호를 하고 있지만, 명확한 구분 기준이 없어 소비자는 여전히 혼란스럽다. 그래서 ‘세금을 다시 내느냐’보다, ‘언제부터 과세되느냐’를 따져봐야 한다.

거래 빈도와 금액이 핵심 기준

국세청이 판단하는 핵심 기준은 거래의 ‘반복성’과 ‘수익성’이다. 즉, 한두 번의 소액 거래가 아니라, 일정 수 이상의 반복된 거래 또는 수백만 원대의 거래가 이어질 경우 과세 대상이 될 수 있다. 이에 따라 고가의 제품(명품, 가전, 자동차 등)을 자주 사고파는 소비자는 본인도 모르게 세금 문제에 휘말릴 가능성이 생긴다.

‘이중과세’라는 용어는 이런 상황에서 소비자가 느끼는 억울함의 표현이지만, 실제 세법상 이중과세가 성립되려면 동일 과세물건에 동일 과세목적, 동일 과세주체가 반복 과세하는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이 기준에 따르면 일반적인 중고거래에 세금이 붙는 경우는 법적으로 이중과세가 아니라는 게 국세청의 해석이다.


‘이중과세’의 개념과 오해

이중과세란 정확히 무엇인가

이중과세(double taxation)는 동일한 과세대상에 대해 같은 세목의 세금이 두 번 부과되는 경우를 말한다. 예컨대 동일한 소득에 대해 두 국가에서 소득세를 부과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국내 세법상에서는 대부분 이를 방지하기 위한 규정이 마련되어 있다.

중고거래의 경우 “구매 당시 세금 냈는데, 다시 팔 때 또 세금”이라 주장하는 소비자 입장에선 이중과세로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과세 목적과 과세 주체가 다르면 법적으로 이중과세로 간주되지 않는다. 부가가치세와 소득세는 각각 소비와 소득이라는 서로 다른 기준을 따르기 때문이다.

즉, 중고거래에서의 과세는 구매자 때는 소비세, 판매 시점에서는 사업 혹은 수익에 대한 과세로 별개의 행위로 취급되며, 세법상 이중과세 요건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소비자의 입장, 제도 개선 필요성은?

제도적으로는 명확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여전히 납득이 어렵다. 실제로 중고 명품, 캠핑 장비, 게임기기 등 고가 거래가 빈번한 경우에는 과세 기준에 대한 안내가 부족해 세금 문제가 뒤늦게 인식되곤 한다. “그냥 몇 번 팔았을 뿐인데 세금폭탄 맞았다”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이런 혼란을 줄이려면 과세 기준을 더욱 명확하게 공개하고, 소비자에게 안내를 강화해야 한다. 특히 간편결제, 송금기록 등 디지털 흔적이 거래 증거가 되기 쉬운 시대에는 일반 소비자도 사전 정보 제공이 절실하다. 제도 개선은 단지 법적 기준이 아니라, 현실과의 괴리를 줄이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

또한 거래 규모와 빈도를 투명하게 기록하고, 과세 여부를 자동 판별해주는 시스템이 마련된다면, 납세자는 세금 부담 없이 거래할 수 있는 기준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국세청의 최근 움직임

국세청은 최근 중고거래 과세 범위에 대해 내부 검토를 확대하고 있다. 특히 플랫폼 사업자와의 정보공유 협약을 통해 고액 거래자의 정보를 추적하는 시스템을 강화 중이다. 2023년부터는 카드, 간편결제 등 일정 금액 이상의 거래정보를 수집해 세무조사에 활용하기도 했다.

또한 국세청은 일반 소비자의 거래까지 들여다보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고액·고빈도 거래자 중심의 조사임을 명확히 밝히고 있다. 그러나 정확한 기준 공개 없이 자의적인 판단이 내려질 경우, 일반인도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고거래 시장이 성장하는 만큼, 세법과의 충돌도 잦아질 수밖에 없다. 국세청은 현실적인 경계선을 제시할 필요가 있고, 소비자는 자신의 거래가 어느 수준인지 꾸준히 점검해야 한다.


중고 플랫폼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플랫폼은 ‘중개자’일 뿐인가

중고거래 플랫폼들은 자신들이 ‘단순 중개자’일 뿐이라며 과세 문제에서 한발 물러선다. 당근마켓, 번개장터, 헬로마켓 등은 거래 주체가 개인이기 때문에 세금 문제는 개인 책임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거래 규모가 커지고, 일부 플랫폼은 자체 결제 시스템까지 도입하면서 책임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특히 자체 결제 시스템(안전결제, 판매자 보호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는 경우, 플랫폼이 거래 정보를 보유하고 있다. 이 정보는 세무당국이 과세 여부를 판단하는 주요 자료가 된다. 플랫폼이 세금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으면, 결국 소비자만 피해를 보는 구조가 된다.

일부 플랫폼은 세무 가이드를 별도 공지하거나, 판매자에게 소득세 신고 유무를 확인하도록 돕고 있지만, 여전히 정보가 부족하다. 플랫폼의 책임 강화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리셀 플랫폼과의 차이

일반 중고거래와 달리, 리셀 플랫폼은 사업자 등록 후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크림(KREAM), 솔드아웃(Soldout) 등은 명품, 한정판 운동화 등을 대상으로 전문적 거래를 중개하며, 부가가치세 및 수수료를 포함한 금액을 명시한다.

이 경우 구매자는 처음부터 세금이 포함된 가격으로 거래하게 되며, 판매자도 수익금에 대한 소득신고를 명확히 해야 한다. 결국 과세 투명성은 플랫폼의 구조와 정책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리셀 플랫폼이 세금을 명확히 하고 투명하게 거래를 유도하는 반면, 일반 중고 플랫폼은 세무 관련 안내가 부족한 게 현실이다. 같은 중고거래지만 플랫폼별로 세금 인식의 차이가 발생하는 구조다.

제도와 현실의 간극

현행 세법은 중고거래를 명확히 구분하고 있지 않다. 일회성 소비자의 판매와 반복적인 리셀러의 판매가 혼재된 시장에서, 세법은 여전히 구시대적인 틀을 유지하고 있다. 이 간극이 소비자 혼란의 원인이다.

결국 중고거래의 ‘과세 기준’을 구체화하는 것이 시급하다. 예컨대 연간 거래 횟수, 총 거래금액 등의 기준을 설정하고, 이를 초과할 경우 세금 신고 의무를 명시하는 방식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실질 과세보다는 명확한 ‘경계선’을 제공하는 것이 혼란을 줄이는 길이다.


소비자는 어떤 점을 주의해야 하나

무심코 파는 것도 기록해야 할까

일반 소비자는 “몇 개 팔았다고 세금까지 걱정해야 하냐”고 하지만, 고가 제품의 경우 거래 기록을 남겨두는 것이 안전하다. 특히 명품, 가전, 자동차 부품 등은 세무당국이 주시하는 품목 중 하나다. 자칫 의심을 받으면 소명 자료 제출을 요구받을 수 있다.

간단한 엑셀 파일로 연도별 거래일, 품목, 금액, 구매일 등을 정리해두면 분쟁이 발생했을 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특히 거래금액이 수십만 원을 넘거나, 정기적으로 판매했다면 반드시 기록을 남기자.

또한 타인 명의 계좌를 사용하거나 현금거래로 흔적을 지우려는 행동은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세무당국은 이를 탈루 시도로 간주할 수 있다.

소득으로 인정되는 기준은?

소득세 과세 기준은 거래의 ‘목적’과 ‘형태’에 따라 달라진다. 예컨대 단순 소비자가 집에서 안 쓰는 물건을 팔았다면 소득세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중고품을 구매한 후 되팔면서 이익을 남긴 경우, 그 차익은 과세 대상이 된다.

리셀 플랫폼이나 SNS로 반복적인 판매 행위를 했다면 ‘기타소득’ 또는 ‘사업소득’으로 분류될 수 있다. 연간 300만 원을 초과하면 종합소득세 신고를 해야 할 수도 있다.

이 기준을 모른 채 거래하다가 뒤늦게 고지서를 받는 일이 없도록, 개인도 중고거래의 사업성 여부를 스스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안전하게 중고거래하려면?

가장 안전한 방법은 ‘일회성 거래’로만 중고거래를 하는 것이다. 반복성과 수익성이 핵심 판단 기준이기 때문이다. 가능하면 거래 빈도를 낮추고, 일정 금액 이상 거래할 경우는 계좌이체 내역과 구매 증빙을 확보하자.

또한 일정 수준 이상의 거래가 예상된다면, 미리 세무사 상담을 받거나 간단한 종합소득세 예비 계산을 해보는 것도 좋다. 요즘은 국세청 홈택스에서도 간편하게 신고 가능하다.

중고거래가 일상인 시대, 세무 리스크를 모른 채 거래하면 나중에 낭패를 볼 수 있다. 미리 알고, 조심하고, 기록하자.


요약정리

구분설명
과세 대상일반 소비자는 대부분 비과세, 리셀러나 고빈도 거래자는 과세 대상
부가가치세소비 시 부과되며, 일반 소비자 재판매 시에는 적용 안 됨
소득세수익이 발생하고 반복되면 과세 대상 가능성 있음
이중과세 여부법적으론 이중과세 아님. 과세 목적과 주체가 다름
플랫폼 책임거래정보를 갖고 있어 일부 책임 필요. 리셀 플랫폼은 명확한 세금 구조 보유
소비자 주의사항고가 또는 반복거래는 거래기록 필수. 기준 초과 시 소득세 신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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